가장 독창적이면서, 가장 슬픈 멜로 영화
최근 '호아킨 피닉스'라는 이름을 들으면 '조커'를 떠올릴 사람이 많다. 그런데 '조커'가 개봉하기 전까지는 나에게 있어서 '호아킨 피닉스'라는 이름은 바로 'her'에 등장하는 '테오도르'였다. '존 말코비치 되기'로 유명한 '스파이크 존즈'가 이 영화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결과는 역시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 그리고 작품상, 음악상, 주제가상, 미술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인공지능과의 사랑에 빠진 남자가 주인공인 만큼 여성 주인공의 실물이 등장하지 않다는 점도 흥미롭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아름답고, 슬픈 멜로 영화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이 영화의 상영시간은 126분이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하다.
등장인물 소개 - 서툰 당신을 안아줄 이름
테오도르 (호아킨 피닉스) - 각종 이벤트를 위한 글을 대신 써주는 일을 하고 있다. 타인의 감정을 글로 적어 표현해주는 것을 직업으로 하다 보니, 오히려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는 모자람을 느끼고 있다. 아내와는 결별 중이다. 아내는 테오도르와의 이혼을 원하고 있다. 극 중 인공지능 사만다에게 자신도 모르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사만다 (스칼렛 요한슨) - 스칼렛 요한슨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바로 어벤져스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인공지능으로 등장한다. 심지어는 그녀는 눈으로 보이는 형체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인공지능인 만큼 기본적인 감정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테오도르와 가까워지면서 다양한 감정을 배우며 성장한다. 이것이 프로그램 업데이트로 인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결국 그녀는 사랑도 배운다. 어떠한 면에서는 한 명의 인간보다 훨씬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목소리만으로 열연한 스칼렛 요한슨 역시 돋보인다.
에이미 (에이미 애덤스) -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테오도르의 친구이다. 많은 사람들이 테오도르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녀는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관계를 흥미롭게 생각하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캐서린 (루니 마라) - 테오도르의 부인이다. 하지만 현재는 별거중이다. 테오도르가 자신과 이혼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영화의 내용 "대상이 주체가 되는 순간에 찾아오는 어른의 사랑 - 이동진"
테오도르는 고객의 감정을 글로 쓰는 일을 하고 있다. 사람들을 위해 기쁜 편지도 많이 쓰지만 정작 테오도르의 삶은 그리 행복하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죽마고우 였던 아내(캐서린)와 함께 살지 않기 때문이다. 캐서린은 테오도르와의 이혼을 원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남녀의 시작차는 분명 존재하는 듯하다. 테오도르는 캐서린이 떠나갔기 때문에 삶이 우울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캐서린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그녀는 테오도르가 너무 내향적이고 고독감이 커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여전히 삶이 무료하고 고독한 테오도르는 어느 날, 인공지능 운영체계를 구매한다. 그 인공지능 운영체계는 놀랍게도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지었다. 이것이 바로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첫 만남이었다. 사만다는 계속해서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간다. 어느덧 둘은 대화를 통해 깊은 교감을 느끼게 된다. 테오도르는 결국 사만다에게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사실 사만다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사실을 듣게 된 캐서린은 테오도르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테오도르와 사만다에게는 풀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만다는 육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사만다는 결국 육체가 있는 사람을 고용해 테오도르에게 개입시킨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의 시도를 이해했지만, 결국 극복하지는 못하고 만다.
테오도르는 어느 날 크게 놀라게 된다. 바로 사만다와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 원인은 시스템 업그레이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테오도르는 문득 궁금함이 생겼다. 그것은 연애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의문이었다. '과연 사만다는 나 이외에 몇 명의 사람과 교류를 하고 있는 것일까' 답은 놀라웠다. 사만다는 지금도 수천의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었으며, 그중 수백 명의 사람과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사만다는 더 큰 프로그램의 발전을 위해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결국 테오도르 역시 캐서린과의 이별을 맞아드린다.
10년 전 이 영화를 처음 볼 당시에는 나도 몰랐다.
지금과 같은 세상이 될 줄은 말이다. 2013년 이 영화를 볼 때 나는 이 'her'라는 영화를 정말 SF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작 10년이 지난 지금 더 이상 SF라고만은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이미 발전된 AI기술은 사람보다 더 디테일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몇 개의 명령어를 입력하면 지금 내가 이 순간에 쓰고 있는 글보다 더 객관적인 글을 AI는 작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영화는 그래도 결국 '인간은 인간을 매개한다'라는 메시지를 던져주었지만, 과연 수년 후에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I'm yours and I'm not y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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