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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남, 일본 버전의 '엽기적인 그녀'가 되었을까?

by 머니 인사이트 2023. 2. 3.

나의 연애를 지지하는 천만 네티즌

전차남 포스터. 영화 버전

 

이전 포스팅으로 '엽기적인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일본 영화 '전차남'이 떠올랐다.

'전차남'은 어느 인터넷 게시판의 아이디이다. 직역을 하자면, 지하철 남자. 그러니까 작성자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남자'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의 '엽기적인 그녀'와 비슷한 점은 이렇게 이야기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두 작품 다 자신의 연애이야기를 서술했지만, 다른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엽기적인 그녀'의 작성자는 자신의 지나간 연애(소설)를 담담하게 이야기했던 반면, '전차남'의 작성자는 자신의 연애가 진행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개했다는 점이다. 작성자는 흔히 말하는 '오타쿠'라고 한다. 연애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던 그는, 한 여성을 알아가고 교제하는 과정을 일자별로 인터넷에 올렸고 게시판 이용자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의 요청에 따라 이 게시판을 이용하는 많은 이들은 이 남성의 연애코치가 되어 주었다.

 

이 오타쿠 남성이 게시판에 도움을 요청한 그의 연애 이야기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 자체가 허구가 아닐까 라는 의심은 존재한다.

어쨌든 일본에서 흥행을 해서 영화화되었고, 후에 드라마화되기도 했다. 사실 이 원작자의 이 허구일지도 모르는 이야기의 마지막은 그렇게 아름답지 못하다. 때문에 '전차남'의 영화 버전도, '드라마'도 실제 인터넷에 기술된 것과는 다르게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오타쿠'와 '에르메스' (등장인물 설명)

 

전차남 (남성 주인공, 화자) - 오타쿠로 알려져 있다. 물론 전차남이 글을 올릴 곳 자체가 익명게시판이기 때문에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있다. 25세 정도로 에르메스(그녀)를 만날 때 렌즈를 낀다는 것이 알려진 사실이다. 전차남은 오타쿠인만큼 아키하바라를 자주 다닌다. 오타쿠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겠지만, 그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에르메스 (여성 주인공, 대상) - '전차남'의 상대역이다. '전차남'에 비해 성숙한 외모의 연상여인으로 알려져 있다. '에르메스'라는 별칭에 어울리게 여성복을 단정하게 입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며 해외여행이 익숙한 사람이라고 한다. 별칭은 에르메스는 '전차남'에게 선물한 첫 번째 물건이 에르메스 찻잔이기 때문이다. 일본 연예인 '나카타니 미키'와 닮아 있다는 전차남의 글 때문에, 후에 '전차남'이 영화 될 때, 에르메스 역은 '나카타니 미키'로 캐스팅되었다.

 

처음 본 이상형이 위기에 처해 있다면, 당신은 구할 수 있습니까? (줄거리)

어느 날 '전차남'은 지하철 안에서 자신의 이상형을 보게 되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오타쿠인 자신이 말을 건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자신의 한심한 모습을 지하철 유리창에 비추어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느 술을 취한 사람이 지하철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마구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이상형의 그녀에게 다가온 그 취객은 그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누구도 그녀를 돕지 않았다. 단지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전차남'이 용기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전차남'이 그를 말리기로 결심했다. 이윽고 지하철 안은 큰 소동에 휘말렸다. 다행인 것은 취객의 타깃이 '전차남'이 되었던 것이다. 결국 '전차남'은 험한 꼴을 당하고 말았지만, 그녀는 무사했다.

 

그녀와 함께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헤어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며칠 뒤, '전차남'의 집에 선물이 도착했다. 그녀로부터 온 답례품이었다. 

상자 안에는 '에르메스의 커피잔'이 담겨 있었다. '전차남'은 마음이 떨렸다. '그녀와 데이트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다.

하지만 '전차남'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여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인터넷의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어떻게 하면 이상형의 그녀와 데이트할 수 있을까요?' 

 

'전차남'에 대한 단상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 살았던 것 때문일까. 나는 '전차남' 이야기에 관심이 있었다. 때문에 영화버전과 드라마버전을 둘 다 시청했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 버전을 훨씬 좋아한다. 왜냐하면 영화 버전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배우가 '야마다 타카유키'였기 때문이다. 나는 '야마다 타카유키'라는 배우는 좋아한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 배우는 '전차남' 역할을 하기에는 사실 너무나 잘생긴 배우라는 것이었다. 또한 이야기의 흐름상 105분이라는 러닝타임은 너무 짧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생각을 한 사람이 나 혼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실제로도 '전차남'은 영화 버전보다 드라마 버전이 훨씬 성공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버전은 인기에 힘입어 속편까지 스페셜로 방영되었다.

실제로 드라마 이후, '오타쿠'에 대한 대중들의 이미지 자체가 변했다고 한다. '오타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본인 이성 친구들에게도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귀엽지 않아?'라는 반응들도 꽤 많았던 기억이다.

 

콘텐츠는 힘이 있다. 사람들마다 다르게 정의할 수 있겠지만, 나는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콘텐츠 '전차남'의 의미를 찾고 싶다. 또한, 지난 포스팅에 소개했던 <더 글로리>를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사회의 성숙한 인식이 자라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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